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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시

 

1. 이변

 앞서 마법이 ‘완벽’하다고 했던 걸 기억하나요? 마녀들에게 마법은 수십, 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말이지 완벽한 힘이었습니다. 제각각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의 범위는 달랐지만, 요리나 청소 같은 번잡스러운 일은 보통 손가락 한 번 튕기면 간단히 해결되었는걸요. 분명 그 완전무결한 마법에 이상을 감지한 순간은 저마다 달랐을 터입니다. 인간은 작은 변화에도 금세 불편을 느끼곤 하니까요. 변칙 없는 톱니바퀴 같은 삶을 살던 사람이라면 더 확실하게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예고 없던 이변은 그렇게 갑작스레 일상에 날아들었습니다.

 마녀들은 한순간에 불완전해지고 말았습니다. 앞마당을 쓸던 빗자루가 별안간 양동이를 엎고, 바람이 의도한 것과 반대된 방향으로 분 것 정도야 ‘사소한’ 오류라지만…, 내게만 허락되었던 기적이 더 이상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게 된 때마저 그랬을까요? 그 순간, 마녀들은 일제히 깨달았을 겁니다. 힘의 기원이 되어주던 상실의 기억이 희미해졌다는 사실을요.

 이변은 마녀들에게만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위기도, 재난도, 굶주림도 없었던 평화로운 왕국에서도 이상을 감지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초록지붕 집의 헤일리 할머니가 30년 전 커다란 태풍이 마을을 휩쓸었던 일에 대해 떠들자 옆에 있던 욘 할아버지가 태풍이 아니라 해일이었다고 소리쳤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노망이 난 게 아닌가 생각했을지 모르죠. 왜냐하면, 30년 전에도, 백 년도 더 전에도 이 마을에는 그런 어마무시한 자연재해가 들이닥친 적 없었으니까요. “연세가 많이 드셨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처음에야 다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며 넘겼지만. 과연 이게 일부 연로한 사람들만의 이야기였을까요?

 한편 ’누군가’ 또한 그보다 더 기묘한 일들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을, 비밀스럽고 요상한 현상을 말이죠. 그야 별안간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호수가 파도치고, 인적 드문 숲에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하면 다들 미친 게 아니냐고 물을 게 뻔하니까요. 아니면 어릴 때 들은 이야기 속 마녀에게 진짜 홀리기라도 한 거냐고 놀림당하거나요!

하지만 누가 알았겠어요?
 

정말로, 그 이야기 속 마녀가…

달이 아주 밝은 날, 당신의 머리맡에 찾아올 거라고요.

 

2. 계시

 숲에서 계시가 내려왔을 때, ‘마침내’라는 탄식이 마녀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을 겁니다.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기억과 함께 마법 역시 미약해져 가는 상황에서 전설 속의 수호목이 지혜와 힘을 빌려줄 수도 있겠다 여긴 거죠. 다만 그 내용이 ‘그들의 파편을 지닌 인간을 데리고 모이라는 이야기’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마녀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만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마귀가 물고 나른 신비로운 편지가 몇몇 인간에게 배달되었습니다. 비록 누군가는 수상쩍은 편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벽난로에 집어 던졌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양피지에 적힌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그게 정말 마녀의 편지가 아니라면 요 근래 그들의 주변에서 일어난 요사스러운 일들을 설명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어쩌면 그래서 서면으로밖에 존재를 알 수 없는 이 ‘마녀’에게 답장한 걸지도 모르죠.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상실을 인지하는 자들이 서로의 손을 붙들고 고립된 숲에 도착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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