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고칠 수 있다네. ”
그만하면 사흘, 아니. 이틀로 충분하다.

야코는 노련한 기술자다. 꼬마가 살던 마을의 평균적인 어른들 만큼, 그러니까 또래 수준을 확연히 넘어서 저 멀리 수도까지 소문이 닿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으나, 렌치를 조이는 할머니의 곁에서 수준 높은 시다바리를 하며 자신만의 기계랍시고 잡동사니를 뚝딱 만들어내는 실력 정도는 되었다. 어려서부터 작업 공방을 드나들며 입에서 입으로 오랜 시간 전해내려온 집안의 기술을 보고 듣고 배운 덕이다. 그것은 곧 야코의 옷가지에 미처 털리지 못한 잿가루나 먼지덩이, 헤진 자국이 즐비한 이유가 되었다.
목에 맨 두건과 낡은 윗옷은 손위 형제의 것, 앞치마는 남은 천을 적당히 덧대 만든 것, 신발과 바지는 세 살 많은 옆집 아이의 것. 유일하게 새 것인 채로 받은 모자는 안 그래도 제 머리보다 큰 것을 깊게 눌러 써 얼굴 반절을 가리는 탓으로 인상을 사납게 한다. 헤진 자국은 물려받은 옷이란 점으로 변명이 가능하다지만 검댕과 잿가루는 명백히 야코 본인이 새긴 것이다. 동이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지기까지 줄곧 작업장에만 박혀 있었으니 온몸에 쇠 냄새가 배는 것은 당연하다.
적절한 보호장비 없이 행한 작업으로 앳된 낯짝에 드리운 자잘한 흉이라던가, 손가락 마디 사이에 박힌 굳은 살이라던가, 적색의 머리칼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때에는 소매가 아닌 팔꿈치 옷자락을 사용하는 사소한 습관따위도. 기술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기술자로 살아갈 자라면 마땅한 모든 것이었다.
성격
[1 마땅한 무심 ] [2 우직한 외길인생 ] [3 투박한 섬세 ]
고심하여 사들인 재료의 품질에 비해 헐값에 팔리는 공예품, 먼지가 내려앉은 찬장과 차게 식은 스프. 야코는 어른들이 말하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으며 그에 대한 의문을 단 한 순간도 품어본 적이 없다. 태어나 지금까지 그렇게 보고 들었고, 또 그리 하라 배웠으므로. 일련의 과정은 당연하게도 학습되었다. 하여 의문 이전에 절제된 납득이 앞선다. 이 세상엔 ‘원래부터 그런 것’들과 ‘마땅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므로 야코는 수긍한다.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렇군.’ 하고 넘어가는 일이 대다수.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듣고, 터무니없는 거짓마저도 쉽게 믿어버리고, 논리 없는 억지마저 납득하며, 무리일 법한 부탁도 별 고민 없이 행한다. 꼬마는 받아들이는 것에 도가 텄다.
14년 살아오기를 생각을 깊고 길게 할 일이 없었다. 자잘한 걱정거리는 사치다. 수천 번 쇳덩이를 두들기다 이젠 그 본인이 망치라도 됐는 지 매사 직관적이다. 매듭을 길게 이은 노끈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잔가지처럼 여러 갈래 펼쳐 나가는 생각은 할 수 없다. 모르는 갈림길이 세 개 나오면 눈꺼풀이 세 번 깜빡일 동안 고민하다가 중앙의 길로 향한다. 한 번 정한 것은 뒤바뀌는 일이 드물기에 다루기 쉽다가도 몹시 어렵다. 문장 속에 담긴 깊은 의미는 알아챌 수 없지만, 어디로 가야 제대로 갈 수 있는 지 일러주면 돌아가는 일 없이 오롯 똑바로 향한다. 다시 말해, 언제나 가야 할 길만을 갈 수 있다. 망치질은 힘의 방향이 중요해. 언제나 일직선으로. 네가 내려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망치가 내려친다고 생각하는 거야.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옮기는 힘과 렌치를 조이는 악력, 적당한 힘으로 철판을 두들기는 밸런스, 손톱보다도 작은 시계태엽의 부품을 알맞게 조립하는 손재주, 한 번 집중하면 가까이 다가온 인기척도 알아챌 수 없는 집중력. 투박함과 섬세함이 양립 공존한다. 거친 들풀을 꺾어 대충대충 매듭을 짓는 것 같아 보여도 막상 들여다보면 그만치 견고한 것이 없다. 동작이 큼직해 저놈 저러다 사고치겠다 싶은 것이 결과물을 보면 정성스레 공들여 만든 티가 난다. 사람의 말 뜻은 알아듣지 못하다가도 심상의 변화는 기민하게 알아채고, 상황의 기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기이한 모순로 하여금 자칫 무지한 자로 보일 법한 성정이 잘 다스려져 사람다운 행색이 되었다. 태어나길 거칠고 투박하게 태어난 것이 손가락 마디 사이 굳은살이 깊게 박히도록 내려친 망치질로 고르게 다져졌다. 허나 쇳덩이는 쇳덩이므로 본질은 여전한 것이다.
상실
■■에 대한 ■■
무엇을 잃었느냐 물으면 야코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은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타사항
붉은 산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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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벽을 이루는 얀티스 왕국 북쪽 산맥 최남부에 위치한 붉은 산. 붉은 강이 흐르고 검붉은 돌이 발견된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커다란 중심 분화구 하나를 기점으로 여러 분화구가 산맥을 따라 자잘하게 퍼져 있다. 야코는 이 붉은 산의 중턱에 위치한 화산마을, 간허에서 태어났다. 이 조그마한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시사철 끓어오르는 용암의 증기로 터빈을 돌려 동력을 얻어내는 기술이다. 선조의 유물에 의지하는 이 나라에서 그들의 독자적인 기술은 어쩌면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할 지도 모른다. 제국의 기술력 발 끝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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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허는 수백 년 전 얀티스 왕국의 기술자들이 모여 세운 마을이다. 이 기술자에는 대장장이와 목공, 공예, 드물게 기계장치를 다루는 이들이 속한다. 기술의 중요성을 알아주지 않는 이 나라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자들이 화산에 터를 잡고 용암의 지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어딘가에는 비슷한 이유로 세워진 과학자들의 마을이 있을 지 모를 일이다. 기술의 형태는 가지각색. 마을에는 사시사철 쇠를 두드리는 소리와 시계태엽 부품의 형태를 이용하여 복잡한 모양새를 띈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소리, 들여온 나무를 깎아내는 칼질 소리로 비록 마을 인원 자체는 적으나 바람 잘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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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알아주는 자 없는 탓에 수준 높은 농기구나 곡괭이, 시계 따위의 수출로 먹고 사는 간허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진보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배 채우는 일 이전에 부품 쪼가리 하나 조립하는 일을 더 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가득하단 소리다.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란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차게 식은 스프와 싹 난 부분을 잘라낸 감자가 그들의 주된 저녁 식사지만 우직한 인간들은 개의치 않고 쇳덩이를 두드리며 새로운 설계도를 검토한다. 그들은 기술자라는 이름 하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수천 번 두드려도 펴지지 않는 다이아몬드와도 같다.
착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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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극히 드문 간허에서 야코는 당연지사 어려서부터 기술자의 길을 걸었다. 꼬마를 키운 것은 야로라는 늙은 대장장이였다. 간허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아는 것이 많아, 자연히 야코가 물려받을 것도 많았다. 처음 쇠망치를 붙잡고 철판을 두드리던 때의 두근거림을 야코는 잊지 못한다. 어떤 기술이든 곧잘 따라하는 재능과 재능을 뒷받침하는 노력. 나무 조각을 깎아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작은 취미마저, 야코의 모든 것은 기술자라는 것과 긴밀했다. 꼬마 또한 다이아몬드의 일부임이 분명했다. 다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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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튀어나오거나 모나는 일 하나 없이 착한 아이로서의 삶을 살아왔단 소리다. 마을 아이들 중에서 가장 기술에 관심을 많이 보인 탓에 어른들은 이뻐라 하며 저마다의 기술을 전수해주었다. 어떤 억압이나 강요는 커녕 야코 자체가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겼으니 꼬마의 인생은 분명 행복한 축에 속했다. 기술자들의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가장 좋아하는 감자 크림 스프를 먹고 그의 늙은 보호자에게 마녀와 신비로운 동화 세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수백 년을 돌아가는 마법도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꼬마는 마녀가 기술자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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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기술자이니만큼 손재주와 관련된 것들은 무엇이든 곧잘 해낸다. 어려서부터 배운 기계 부품의 제작이나 조립은 예사요, 처음 보는 물건도 설계도가 있다면 뚝딱 고쳐낼 수 있는 수준. 나무를 깎아 공예품을 만드는 데에는 나이 다섯 살 부터 이미 선수의 반열이었다. 각각의 태엽 장치가 맡은 임무와 그 사이 연결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철판 너머의 부속 성분을 유추하고, 단면도를 오차 없이 그려낼 수 있다. 곡괭이 자루 연결부를 마감하는 방법을 머리가 아닌 꼬마의 손이 기억한다. 어떤 물건의 탄생을 다루는 만큼 만들어진 모든 것을 존중하는 사상이 깊게 박혀 있다. 아마도 기술과 함께 학습되었을.
생애 첫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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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굶주림도 없는 이 나라의 수도에는 간허의 사람이 운영하는 만물상이 존재한다. 기술의 진보에 치중하기보다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구를 취급하는 탓에 벌이가 나쁘진 않아, 마을 사람 전체를 먹여 살리고 또 필요한 자재를 사들이고도 조금씩 남는다. 그래봤자 장인들은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질 좋은 철과 나무를 우선시하지만. 그들은 달에 한 번 자신들이 만들어낸 물건을 모아 수도로 가는 수레에 싣는다. 간허부터 수도까지의 운반작업. 왕복 한 달이 걸리는 이 ‘수레지기’는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당번을 맡고, 야코는 열 살부터 딱 네 번 이 수레지기의 길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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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마을 밖의 세상을 네 번쯤 겪게 되자 야코의 관심사는 이 고립된 나라로 향했다. 산맥의 중턱에 위치한 자신의 마을보다도 기술적으로 낙후되어 옛 선조의 유물에 의지하는 모양새는 야코에겐 몇 번을 보아도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저거 우리도 할 수 있는데, 저건 아르달 씨가 만든 기계도 할 수 있는데. 조금 뒤쳐지긴 해도…. 하지만 간허의 어른들은 수백 년 전 기술자를 알아주지 않던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진보를 위해 화산으로 향한 이들의 후손. 마을 밖으로 나가 기술을 내세우기보다 그 안에 틀어박혀 날을 갈고 닦는 것에만 집중했다. 가슴께가 이상하게도 울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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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가 불만이었다만 고작 열 넷 먹은 어린 아이가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보아준 스승들에게 감히 반항할 생각을 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야코 자체가 그러한 성정이었으므로 생애 첫 반항심은 정적의 형태가 되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으나, 야코는 어젯 밤 자신이 테이블 위에 남겨 둔 뻐꾸기 시계나 고치기로 했다. 시간은 다섯 시. 째깍, 째깍. 땡! 뻐꾹뻐꾹. 어라, 시계는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태엽 부품이 완전히 비틀려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했던 건데…. 이러한 일들은 마지막으로 수도에 나갔다 돌아왔던 한 달 전부터 발생했다.
능력치

Yaco
야코
14세 · 여성 · 142cm · 평균
붉은 산의 장인, 착한 아이, 생애 첫 반항



힘 : ◆◆◆◆◇ (4/5)
집중력 : ◆◆◆◆◇ (4/5)
지구력 : ◆◆◆◆◇ (4/5)
직감 : ◇◇◇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