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는 어떤 걸 좋아해? ”

지원 @WanderRice
한 달을 마무리하는 주말, 흩어지는 바람과 나뭇잎 소리, 돌바닥에 부딪혀 튀어오르는 물방울에 비치는 무지개, 볕을 엮어 짠 듯 반짝이는 선율과 아름다운 소년少年. 그런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또한 없다. 어둠 속에서 빛을 쫓는 습성과 같이, 생물의 본성은 행복과 안락과 기쁨 따위의 따스한 온도를 지닌 것들에 속절없이 끌린다. 판-테미스의 르네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도시 안에서 르네는 황금 가지처럼 싱그럽고 올곧은 모습으로 자랐다. 해처럼 환한 금빛 머리칼과 같은 색으로 밝은 눈이 이 젊은 천재의 인상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허리께까지 길게 늘어지던 머리칼을 땋거나 꽁지로 묶거나 틀어 올려 화려한 머리 장식을 꽂거나 꼬마들이 잡아당기고 놀도록 늘어뜨려 놓던 모습이 몇 주 전인데, 그 이후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르네 판-테미스는 전과 같은 채로─다만 짧게 잘린 머리카락에 훤히 드러난 목덜미만이 달랐다.
그러나 플로스는 여전히 그 소년을 사랑한다. 르네 판-테미스의 가치는 빛나는 머리칼이나 쭉 뻗은 팔다리나 맵시 있는 옷차림이나 아름다운 용모나 재치 있고 쾌활한 성격이나 그의 천재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플로스는 앞으로도 그 소년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돌려줄’ 것이다.
판-테미스가 끊임없는 기쁨을 그들에게 선사하는 한.
성격
[ 1. 사랑받은 ] [ 2. 약삭빠른 ] [ 3. 의뭉스러운 ]
사랑받고 자란 테가 나는 소년은 마냥 해맑지 않고 사람의 눈치와 속내를 살펴 가며 행동하는 면이 있다. 그러니까, 아무런 노력 없이 타고 난 자연스러움만으로 사랑받은 것은 아닐 테다. 사람들이 그 애를 사랑하는 건, 그럴 만한 말과 행동과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르네는 그렇게 믿는다. 뭐, 세상에는 그저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반대로 부모님이나 귀여운 동생처럼,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도 있기야 하지마는…….
아무튼, 그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행운이고, 피로 이어진 사이에도 사랑은 당연하지 않은 것인데 타인의 호감을 사는 게 그렇게 쉬울 리 있나! 하지만 르네는 그 호감이란 것에 굉장히 중독되었기 때문에, 그의 빠른 눈치와 팽팽 돌아가는 머리는 모조리 남을 골탕먹이는 일보다는 남의 환심을 사는 일에 쏠린 채다. 그리고 그만큼 그는 자신을 향한 미움에 취약한데, 취약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알아서, 그러한 충돌이나 갈등 상황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대로 없는 것 취급해버리는 일이 잦다. 자신이 굽혀서 넘어갈 수 있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굽히고, 어떻게 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면 싹 물러나서는 저 좋다는 사람들 사이로 도망쳐 버리는 거다.
네가 좋아하는 걸 보여줄게, 네가 싫다면 말고. 정도로 요약되는 소년의 태도 탓에, 종종 그 애가 진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건 무언지부터, 진짜 속마음은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르네의 웃음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의뭉스럽다고 평한다. 하지만 르네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로 사람들한테 좋은 것만 주고, 좋은 것만 받고 싶은 거야. 이렇게 단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상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피리의 주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기타사항
1. 에우테르페의 피리
얀티스 왕국에 남은 수많은 마법 유물은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극히도 많은 도움을 줘 왔다. 그 중에서도 에우테르페의 피리는 사람들의 입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침대를 제공하는 일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음악은 마음을 먹인다. 보이지 않는 정신을 단장하고 편안한 곳에 누인다. 피리 또한 그렇다. 다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식료와 장식과 침구를 마련해낼 수는 없다. 피리의 연주자가 될 판-테미스의 사람들이 이 부분을 맡아 해결한다. 에우테르페의 피리는 연주자의 심상을 반영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사랑받고 자라 천진하고 맑은 아이들이 피리를 쥐고 숨을 불어넣을 때에 플로스의 광장에서 그 소리를 듣는 모든 이들이 웃음지었다.
지난 몇 년간, 피리의 연주자는 판-테미스의 르네였다. 열 살의 나이로 피리를 처음 쥔 이후, 그는 돌아오는 말일마다 플로스의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모자람 없이 사랑받았다. 르네의 연주가 주는 만족감은 이제껏 있어 왔던 그 어떤 연주자들보다 훌륭했으므로, 그 연주자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가며 말일의 연주를 미루고 넘겨도 플로스는 아쉬움만을 표할 뿐 르네에게 분노하지 않았다.
다만 “새 연주자를 찾을 때가 됐구나.” 라며, “지나치게 빠르긴 한데, 역시 좋은 것들일수록 빨리 사라지는 걸까요.” 라는 반응을 하면서도 “판-테미스의 막내가 몇 살이라고?” 하며, 논의를 이어가기 시작했을 뿐이다.
2. 판-테미스의 아이들
모두가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 고스란히 나누어져 결국 만인의 행복이 될 것이므로.
에우테르페의 피리가 처음 만난 연주자의 후손. 다만 판-테미스의 이름은 피에서 피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피리의 주인으로부터 그 다음 주인에게로 이어지는 것이다. 누구든 플로스 광장 근처에 있는 판-테미스 저택의 문을 두드리면 자신이 피리의 연주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시험해볼 수 있다. 낭만과 공상은 모두에게 있는 것이지만, 음과 음으로 옮겨졌을 때에 유의미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탄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피리의 연주자들은 대부분 열 살 전후의 어린 아이들이었고, 어느 시점에 더 이상 만족스러운 연주를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피리를 내려놓았다. 다만 그 아이들은 마치 축복이라도 받은 것처럼, 피리의 연주자가 아니게 된 후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플로스의 예술에 기여해왔다. 판-테미스 저택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풍부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적합한 연주자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광장에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 르네가 피리의 새로운 연주자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 르네마저도 연주자의 책무를 내려놓을 기미가 보이는 지금, 플로스는 또다시 그 긴 침묵이 찾아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3. 르네
그리고 르네 또한 마찬가지로, 걱정하고 있다.
날 때부터 판-테미스의 이름을 가졌던 아이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아홉 살 생일 피리의 연주자로 인정받았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흘러나오는 선율을 들은 모두가, 이 아이는 아주 오래도록 연주자의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느 날, 별안간 연주를 멈춘 르네가 계절이 지나고 생일을 맞아 열 일곱이 되기 전까지 광장에 나오기는 커녕 거리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기 전까지 말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르네를 집 밖으로 끌어낸 건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편지 한 통. 월말의 연주회를 거른 데 대한 사과를 전한 피리의 연주자는 플로스의 시민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휴가예요! 휴가가 끝나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음악을 모두에게 들려줄게요!”
르네가 좋아하는 건,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거다. 르네가 싫어하는 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거고. 그 외에는 단 것을 좋아하고, 햇볕과 낮잠을 좋아하고, 새벽 산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당연하게도 아주 많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기는 어렵다.
“그리고 또 좋아하는 건?” 물어보면 르네는 한참 고민하다가 “많지~” 하고 얼버무린다. 그치만, 사실은 다른 사람의 노래나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 것도 참 좋아한다. 아무래도 그 애는 계속 들려 주는 쪽이었으니까. 물론, 음, 그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더 잘 해서, 제게 향하던 관심까지 다 뺏어가 버린다면 조금은 질투하겠지만…….
능력치
힘 : ◇◇◇◇◇ (0/5)
집중력 : ◆◆◆◆◇ (4/5)
지구력 : ◆◆◇◇◇ (2/5)
직감 : ◆◆◆ (3/3)

Rene Pan-Themys
르네 판-테미스
17세 · 178cm · 보통
사랑받는 천재, 광장의 음악가, 피리의 연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