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시인이여, 잔을 들어요!
낭만을 노래하고 삶을 살찌워야지요!

멜리, 하고 부르면 언제고 기꺼이 뒤를 돌아보는 마녀는 그런 이상하고 불길한 존재는 새하얀 맨발과 고작 한 겹의 원피스 따위로 숲 속을 헤매리라는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온갖 귀하고 좋은 것으로 치장한 모양새다. 플로스의 유행이 틀림없는 세련된 공단 리본이 달린 보닛을 꽃으로 장식하고 그 보닛과 어울리는, 이번엔 카임의 유행인 것이 분명한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모습이 영락없이 어디 귀한 집 따님으로 보인다. 그 화사한 차림새는 그 자신에게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리고 어울리는 것이 취향인 행운의 집합일 테다.
나붓한 걸음걸이를 따라 한눈에 봄을 연상시키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몽실몽실 흔들리면 그 아래 자리한 푸른 빛의 눈이 기분 좋게 휘어지며 상대를 담는다. 햇빛 아래서 희게 빛나는 피부에는 건강한 혈색이 돌고, 격식에 맞춰 가렸으나 통통 튀는 걸음에 따라 흔들리는 치맛자락 사이로 가느다란 발목이 엿보인다. 늘상 웃거나, 꿈꾸거나, 즐거워하거나, 무언가를 꾸미거나, 기대하는 얼굴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거의, 언제나.
성격
[1 밝은 ] [2 눈치 보지 않는 ] [3 적당히, 대충대충 ] [4 그래도 늘 즐거우니까!]
짧든 길든 그와 교류한 모든 이들은 멜리아이를 그렇게 기억한다; 낭만을 꿈꾸는 여자.
여자는 부정할 수 없이 밝고 제 삶 속에는 단 한 줌의 절망도 없었던 것처럼 티없이 군다. 재잘대는 목소리는 언제고 발랄하고 내뱉는 언어들은 하나같이 상냥하며 노래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구김없이 상냥하고, 사랑과 정이 많다. 종합하자면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호의를 얻기 쉬운 성격. 거기다 그 귀한 것들을 잔뜩 두르고 아무 데나 드러눕거나 허술하게 걷다가 돌부리나 누가 건 발에 넘어지거나, 그래놓고 또 바로 뽈딱 일어나서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마니 의외로 털털하고 뒤끝도 없어 그를 경계하던 이들도 그 허술함에 금세 벽이 스르륵 눕혀지는 것이다. 정확히는, 상대를 그리 만드는 데에 수준급의 재능을 지녔다.
그러나 아무리 행복한 얀티스 왕국이라 해도 먹고 살기는 때로 팍팍할 때가 있고 그것들이 누군가를 뾰족하게 만들 수도 있는 법이다. 게다가 이런 성격은 호의를 사기도 쉽지만 한 번 미움을 받아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미움을 받기 쉽기 때문에…이제껏 멜리아이에게 꿈에 빠져 사는 이라고 비난하는 이가 어찌 없었겠나. 많았다. 사실 이른바 ‘꽃밭 공주님’을 싫어하는 지성체는 진짜 많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슬퍼하기보다 그 여유 없음을 가엾어하기를 택했고─절 싫어하다니…저런, 세상에! 인생 절찬리에 손해보고 계신 거예요!─, 저열한 비난이 아닌 평범하게 “꽃밭 재수없다!” 정도의 비난엔─그리고 어느 정도 사실인─ 꺄르르 웃기를 택했다. 누구나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법이죠, 이 멜리라고 해도 말예요! 그러니 합당하지 않은 눈치는 볼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지론으로…눈치를 안 본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진리이지만 쉬이 실천할 수 없는 종류이기도 했는데 기실 그가 정말로 꿈과 낭만에 취해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웬만한 모든 위협은 간지럽지도 않은 마녀이기에 더욱.
때문에 불쑥불쑥 타인의 선을 침범하기도 하고 쉬이 정을 내주기도 하는데, 그 모든 행동에는 악의가 없이 순수한 호의 뿐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배알도 없는 건 아니라 싫다는 사람 늘어지게 붙잡거나 매달리진 않으며 자신이 판단했을 때 잘못을 했다면 깔끔하게 사과하는 편.
“정말로 낭만적이지 않나요?”, “꿈만 같아요!”가 말버릇. 낭만과 로맨스에 거의 자아를 맡겼다.
그러나 그가 낭만을 추구하고 언제나 지칠 줄 모르고 밝은 것이 결코 슬픔의 저수지 밑에 가라앉은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니, 함부로 그 속의 깊이를 재단하거나 넘겨짚지 않는 것이 좋다. 멜리아이 네펠리는 어찌됐든 마녀니까.
상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특성 마법
언령
지극히 간단히 말하여, 말에 담긴 힘이다.
자신의 바람과 경험, 서사와 숨결, 목소리와 감정, 그 모든 것 혹은 그것들에서 조금 덜한 것들을 말에 담아 속삭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말 그대로 ‘마법 같은’ 마법. 정신을 조종하는 형태의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루어주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비가 왔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소나기가 내리는 형식.
바람이 강할수록, 그 말의 서사가 존재할 수록, 담김 감정이 클수록, 그 목소리가 바람에 어울릴수록 그 효과가 좋기 때문에 멜리아이는 ‘강력한’ 마법을 쓸 때가 있다면 늘 이야기에 바람을 교훈으로 담아 풀어내고는 한다.
지성체에게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통제가 작용되지 않으나 ‘그 이야기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들거나, 약간의 호의를 느끼게 하는 정도로 작용한다.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쉽게 풀린다.
기타사항
-
이제는 기억하는 이가 거의 없을 성, ‘네펠리’. 얀티스의 남쪽 끝, 카임에서도 약간 서쪽으로 향하면 영지라고 불리기에도 애매한 크기의 작은 땅이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살았으나 카임이 점점 발달하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불행이나 재해 없이 자연스럽게 카임에 흡수되며 소멸하게 된 영지 ‘네펠리’다. 지금으로서는 그 행정력도, 인구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 지역에 남겨진 것은 이전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과 버려지고 오래된 성 하나 뿐이며 영지가 사라진 것도 500여년 전의 일이고 사람이 살지 않는 데다 특색 있는 장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불릴 일도 없어 이제는 그것이 지역명임을 기억하는 이들도 없다시피 하다. 서쪽에서 카임으로 들어가며 보이는 유적지 정도일까.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면, 혹은 왕국의 역사서나 귀족 계보를 들춰본 적이 있다면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겠지만 멜리아이는 그곳의 영주 출신이다.
-
마녀가 된 이후에도 줄곧 네펠리에 머물렀으나 네펠리가 카임에 흡수되면서부터는 온 왕국을 떠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주로 하는 일은 최신 유행 파악하기, 낭만적인 일 찾기, 낭만이 없다면 낭만이 없는 것에 슬퍼하며 낭만과 동심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지은 이야기나 들어 들어 알고 있는 동화들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500여 년을 방방곡곡 돌아다닌 탓에 웬만한 중소 규모의 영지는 다 방문해 봤고,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특별히 제 이름을 숨기고 다니지도 않았다…과거에는.
-
그런 이유가 있으니 왕국민들에게 ‘멜리아이’라는 이름은 마녀로 연관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요정’이라면 모를까. 본인 자체는 그런 호칭─요정─을 들으면 별안간 창문 긁는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지르는데 아마 드물게도 부끄러워서 그러는 모양. 그래서 최근─300년쯤─에는 인간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다면 이름을 숨기기도 한다. “들어봐요, 요정과 마녀는 너무 다르지 않아요? 물론 내가 귀여운 건 알겠어! 근데! 꺅 부끄러워서 소름 돋았어! 내 팔 좀 봐…!”
-
그렇다면 ‘물푸레나무 숲의 요정’은 왕국민들에게 어떤 존재인가…하면! 사실 그렇게 의미 있거나 거창한 형태로 전해져 내려오지는 않지만 타 지역과의 교류가 적은 왕국에서 드물게 ‘모두가 알고 있을 만한 설화’로 여겨진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지역마다 여러 변주는 있지만 주 골자는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주어 아이들이 잠들도록 도와주는 요정’ 정도.
-
그렇다면 왜 하필 물푸레나무인가? 간단하다. 물푸레나무는 가구의 목재로 많이 이용되고 그것은 많은 산지에 물푸레나무가 분포해 있다는 것이며 그만큼… 흔하다는 뜻이다!
-
그렇다. 멜리아이는 1) 본인이 온 왕국을 돌아다닌 탓에 2) 온 왕국에 이야기가 퍼지며 3) 적당히 온 왕국에 있는 것으로 불려야 하는 사유로 물푸레나무 숲의 요정이 되었다.
-
요정인 이유는 아이들을 잠들게 하는 존재는 소중하니까. 어서 잠들지 않으면 마녀와 정찰병과 늑대가 잡아가는데 잠들게 하는 이는 반짝반짝 요정쯤이어야 균형이 맞지 않나? 하는 심상.
-
근데 사실 본인의 거처도 네펠리의 물푸레나무 숲에 있긴 하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난 도시가 좋다고요!─100년에 한 두 번쯤만 들르지만.
-
-
애칭은 멜리. 쉽게 알려주는 편이고 어찌 부르든 개의치 않는 편.
-
어른과 아이 상관 없이 존댓말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나긋나긋하지만 통통 튀는 발랄함이 있는 어투를 사용한다.
-
매년 아는 지인들을 불러 모아 생일 파티를 열고 있다. 지난 수백년 동안은 마녀를 초대할 일이 없거나 어쩌다 초대한 마녀라고 해도 이제는 사라져 버렸지만─자연적인 방법으로 소멸하지 않는다 뿐 마녀에게도 죽음은 존재하므로─ 이번 계시를 통해 고립된 숲에 마녀와 인간들이 잔뜩 모이면 그들 모두를 생일 파티에 초대할 생각으로 들떠 있다. 게다가 올해로 776세를 맞이했기 때문에 내년의 생일을 몹시 고대하고 있으니 어떻게 들뜨지 않을 수 있을까! “777이라니! 이렇게 완벽한 숫자는 마지막으로 겪었을 때로부터 무려 700년이 흘렀답니다…77년의 생일은 몹시도 특별했죠…숫자에 연연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니, 사실은 좀 연연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귀엽지 않나요? 얼마나 많은 것에 의미가 부여되는데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당연히…아이 참, 앉아서 들어보라니까 어딜 자꾸 가요!”
-
세련된 취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비해 플로스와 루브로, 카임은 유독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대도시의 유행이야말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필수 요소. 각 지역의 살롱들과도 연이 깊다. 물론 ‘마녀 멜리아이’나 ‘물푸레나무 숲의 요정’으로서 만난 것은 아니지만.
-
누가 보아도 귀한 집 아가씨로 보이기 때문에, 사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누구에게나 상냥한 얀티스 왕국의 백성들 덕에 어디 가서 곯거나 한 적은 없다. 본인 또한 외양과 성격을 아주 잘 이용하여 늘 써먹는듯. 예를 들어 여관에 머물 때나, 여관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마을 촌장의 집에 머무를 때, 밥을 얻어먹을 때, 살롱에 자주 들른 아가씨처럼 보여야 할 때, …….
-
공식적으로 동화집을 낸 적은 없지만 특성 마법과 본인의 취미를 이유로 동화를 꽤 집필하는 편이다. 이 모든 동화는 그가 마음에 드는 아이들─때때로 어른들─에게 들려주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그렇게 생긴 ‘마을만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마법의 힘을 얻어 교훈에 따라 행동하도록, 좀 더 ‘행복’하도록 만들게 된다.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힘을 얻기 마련이지요.”
-
로맨스 소설과 낭만을 무척 좋아하며 700여년을 살고도 아직 다 체크하지 못한 “이렇게 해보는 게 내 로망이었어요!” 리스트가 있다. 주로 낭만과 관련된 내용.
능력치
위력 : ◆◆◆◆◆ (5/5)
정밀도 : ◆◆◆◇◇ (3/5)
지속성 : ◆◆◆◆◇ (4/5)
예감 : ◇◇◇ (0/3)

Meliai Nephele
물푸레나무 숲의 요정, 멜리아이 네펠리
776세 · 여성 · 160cm · 마른 체형
들을 이 없는 동화, 낭만! 그것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어딘가 허술한,
울타리가 망가진 머릿속 꽃밭, 이왕 꽃밭인거 정원으로 가꿔봤습니다
들어보세요, 이 이야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