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시 쉬었다 가도 될까요? ”

지원 @OREUM_YY
병이 지나간 자리엔 많은 것이 남았다. 끝을 잘라 낸 뒤에도 푸석하고 갈라진 머리카락. 눈 밑의 옅은 그림자. 건조한 손끝. 핏기없는 안색. 품이 넓은 옷으로 가려도 티가 나는 깡마른 몸. 늙은 나무처럼 버석버석하고 마른 느낌. 짙은 녹색 머리카락과 형광빛이 도는 청록색 눈동자가 유이하게 생명력을 채워준다.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도 깡마른 몸 탓에 체구가 상당히 작아 보인다. 행동거지가 느리고 존재감이 옅다. 정적이 어색한듯 습관적인 기침을 한다.

Heidi
하이디
17세 · 여성 · 160cm · 깡마른 체형
마른 나뭇가지에 난 잎 / 병의 흔적 / 삶
성격
[ 1 후천적인 수동성 ] [ 2 티내지 않는 비관 ] [ 3 변화할 여지 ]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몸이 좋지 않은 아이. 그 역할에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줄였다. 방 한 칸에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공간이 부족했으며, 표현한다 한들 그것을 실현할만한 방안 또한 마땅하지 않았다. 많은 것이 제한된 채로 살아왔고 그것이 익숙하다. 이제와서는 네 마음대로 살아라는 말이 가장 불편할 정도로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리에 누워 몸이 아프다고, 방은 외롭다고 칭얼거렸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 걸 보면 천성은 아니다.
사람이 생각이 많으면 비관적이게 된다던데. 하이디가 그 경우에 부합한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하이디는 티내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아파하면, 불안해하면 가족들이 덩달아 슬퍼했다. 그러한 경험을 한 번, 두 번, 쌓아오다보니 겉으로 티내지 않게 되었다. 이 또한, 아주 어렸을 때는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표현하기도 했으니 천성은 아니다.
조용하고, 순하며, 소극적인 아이. 그리고 수동적이며 비관적인 소녀. 이 중 몇 가지는 천성이 아니다. 마땅히 그럴 환경에 놓여 가지게 된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할 여지가 있다. 하이디는 자신이 변하기를 희망하는 주변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지만.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전에 두려움을 떨쳐내야 할 것이다.
상실
아픔
17년. 짧다고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평생을 함께해온 병이 깨끗하게 낫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후련할까.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행복할까. 앞으로는 더 넓은 세상을 누릴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빠질까. 모두가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고, 하이디는 그 중에서도 절망을 택했다. 너무나도 오래 함께해온 것이 사라졌다. 아픔이 힘들지언정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되려 그것이 사라진 뒤, 네게 아픔은 불행이었다고 말하는 주변사람들에게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두가 원하는 것처럼 보통사람이 되기 위해 처음부터 새로 쌓아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여태까지 쌓아 온 것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픔을 잃었다. 단순히 병이 나았다라는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실이다.
기타사항
수도 플로스에서 서북부로 깊게 들어가면 도시라고 부르긴 민망한 작은 영지에 방문할 수 있다. 영지의 입구에 서서 나무 세 그루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 쪽으로 들어간 뒤 열 걸음, 고개를 들면 보이는 붉은 지붕 바로 옆의 목재 건물. 하이디는 이 2층짜리 저택의 방 한 켠에서 17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얀티스 왕국에는 최초의 마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름있는 가문도, 영지를 다스리는 이도 아니지만 하이디의 집 또한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를 타고 아주 오래 된 운명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방 한 켠에 누워 외로움에 칭얼거리는 하이디를 위해 그의 어머니가 지어낸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이디는 이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아주 먼 옛날 이야기란다. 그래, 네 할머니께서 어린 아이셨던 시절보다 더 오래됐을 거란다. 사막왕국에서는 유목 생활을 한다는 걸 지난번에 이야기 해주었지? 어느날 그 곳에서 아주 약한 아이가 태어났단다. 아주, 아주 약한 아이였어. 아이가 있던 무리는 너무나도 약한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해. 유목 생활을 하는 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겠지. 왜 맞지 않냐고? 후후, 그건 다음에 설명해줄게.
아이는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 뒤에도 사람들과 섞이지 못했단다. 결국 어느 날 가파른 산맥 너머에 고립되었어. 사막의 사람이 어떻게 산맥에 고립되었냐고? 글쎄. 아이가 천운으로나마 살아남기를 바라는 누군가가 산맥을 뚫고 두고 간 것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아이를 사랑했던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 결국 버린것과 다름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이는 쓰러지지 않았어. 죽을 힘을 다해 걸어 산맥 속을 헤매고, 걸을 힘이 없어지자 기어서라도 방황했어. 그러다 산맥 너머, 실제로 본적은 없었던 폐쇄적인 왕국의 사람에게 발견됐어. 그 아이가 어떻게 왕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는지는 너무나도 오래 되어서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운명일거야. 얀티스에 들어온 아이는 어느 상냥한 부부의 도움을 받아 성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단다. 그들의 다른 아이와는 사랑에 빠져 반려가 되었어. 마치 운명처럼. 두 사람은 아이를 낳았고, 몸이 좋지 않았던 아이는 오래 살지 못했지만 남아있던 생만은 행복하게 보냈지. 이 얀티스 안에서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아이의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들의 아이 중 몇은 몸이 좋지 않았어. 하이디, 마치 너처럼 말이야. 하지만 모두 행복하게 살다 떠났단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지금은 조금 외롭더라도 너는 행복해질 테니까. 이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글쎄. 네가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사실이겠지. 나도 네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니까 말이야….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 운명 때문에 자신의 몸이 아픈 것일 테지만 하이디는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운명 덕분에 아플지언정 이 곳에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분명 행복해질수 있을것이다. 아니, 지금 이미 행복하다. 더 바랄 게 없다. 다정한 어머니, 엄격하지만 열이 나면 따스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아버지, 몰래 갓구운 빵을 들고 올라오는 동생. 이 모든 것을 누리면서 어떻게 불행할 수 있겠는가? 나도 이야기속 아이처럼 행복해. 그러니까 아파도 괜찮아.
모두 크고 작은 아픔을 안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행복한 것이 얀티스 왕국의 사람들이다. 하이디 또한 그랬기에 아픈 몸을 끌어안고도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짧으나 본인에게 있어서는 긴 세월동안 함께한 병증이니 미워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없으면, 그것대로 어색하리라. 그렇게 생각할 때까지만 해도 정말 병이 나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한순간에.
그간 해온 치료들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한건지, 최근에 먹기 시작한 약이 좋았던건지, 혹은 몸을 살펴준 의사가 명의였던건지. 어떠한 우연을 거친 마법적인 현상이었을지도.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하이디의 병은 나았다. 오랜 시간 대부분을 앉거나 누워서 지냈던 탓에 뼈도 약하고 기초체력도 부족했지만 가슴을 답답하게 죄던 통증은 사라졌다. 굳은 것처럼 삐걱 거리던 팔과 다리도 제기능을 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는 드디어 하이디가 보통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거라며 기대하기 시작했다. 보통이 뭐지? 나는 이대로도 행복했는데….
병. 아니, 아픔. 나는 아픔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픔이 사라진다면 순수하게 행복할 수 있을까? 늘 가슴을 죄던 무게가 사라져 허전함을 느끼면서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을까? 당혹감에 빠진 자신과 달리 기뻐하는 주변을 보면서 하이디는 진심으로 웃지도 못하고, 울 수도 없었다. 어떻게 자신의 불안을 표현할 수 있을까. 다들 저렇게 행복해 하는데….
약간의 얼떨떨함과 불안만을 끌어안은채 문득 지금 이 순간, 자신만 행복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곧 화들짝 놀라 그럴리가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물결은 멈추지 않았다. 주변의 기대가 차오르기 시작하자 물결은 더 거세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제 아프지 않으니까 몸을 움직이자. 식사를 잘 해야지. 정상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해야해. 좋은 책을 읽어야…. 평범하게 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요구하는 수많은 것들이 다시금 하이디의 가슴을 옥죄었다. 답답하다. 너무 빨라.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될까요? 나는 아직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모두 행복해 보이는걸.
어느 순간, 자신만이 행복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뒤부터 기이한 꿈을 꿨다. 결국 아프지 않으면서도 보통 사람이 되지 못한 자신을 실망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족들이. 보통 사람이 아닌 자신은 둔 채 보통 사람인 자신과 행복해 하는 가족들을. 출처를 알 수 없는 반투명한 벽 너머에서 지켜볼수만 없는 꿈. 꿈은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만으로도 흠집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의료용 마법 도구들을 잔뜩 싸들고 정기적으로 드나들던 의사는 이제 빈 몸으로 와 간단한 진단만 한 뒤 돌아간다. 하이디가 모두에게 말하지 못한 불안을 느낀 이후 마법 도구들이 말썽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디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하다가도 가족들을 마주할때면 노력하면 금방 모두와 같이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호탕하게 말했다. 모두에게 악의는 없다. 모두 하이디를 좋아한다.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
병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손에 꼽다보니 마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병이 나은 후 주변에서 쏟아내듯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으나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양이 아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꾸역꾸역 받아내보고 있다.
하이디가 사는 곳 ‘바크’는 작은 마을이다. 실을 뽑아낼 수 있는 식물과 동물을 키워 천을 짜는 방직산업이 발달했다. 그 능력이 좋은 덕에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굶지 않고 평화롭게 살고있다. 하이디의 아버지는 그 중에서도 다른 마을과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자주 집을 비웠던 것도 일을 위해서였던 것이구나 추정하고 있다. 동물을 키우는 곳을 제외하면 집과 집이 붙어 있어 저택에서 몇 발자국만 나가도 이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아직 이름은 다 외우지 못했지만 붉은 지붕의 마당에 잔뜩 핀 새하얀 꽃이 실을 뽑아내기 위해 키우는 거라는 사실 정도는 알아냈다. 밭은 따로 있지만 한 번 키워보고 있다나. 하이디는 매일같이 밖으로 산책을 나간다. 체력이 좋지 않아 금세 돌아오기 일쑤이지만 부지런히 밖으로 나가 마을을 익히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앉아 불빛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유롭게 밖에 나올 수 있게 되었지만 풍경을 즐길 여유가 존재하지 않으니 자신이 풍경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벽과 창이 더 익숙하다. 떠들썩한 사람들과 만나지만 않는다면 마을은 대체로 조용하다. 그것 하나만은 좋아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병이 나은 뒤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았던 탓에 쉽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본성이 그렇다기 보다는 새로운 것에 상당히 지친 상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어머니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 때문인지, 사막왕국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흥미가 있는 편. 그래도 직접 가고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체력이 평균 한참 아래를 돈다. 금세 졸려하고 오래 깨어있지 못해 낮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비정기적인 수면 패턴 때문에 늦은 밤에 눈을 뜨기도 한다. 그런 경우엔 다시 일어나지 않고 한참 천장을 보다가 다시 잠든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법에 능숙하다.
힘이 없다. 자연스럽게 악력도 굉장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 영향인지, 혹은 그저 글을 많이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건지 엄청난 악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인이 읽을 수는 있다는 사실이다.
입는 옷의 질이 대체로 좋은 편이다. 마을 산업의 영향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영 못 사는게 아닌 덕도 있다. 하이디는 잘 모르지만 중간보다 좋은 축에 속한다.
능력치

힘 : ◇◇◇◇◇ (0/5)
집중력 : ◆◆◆◆◇ (4/5)
지구력 : ◆◆◇◇◇ (2/5)
직감 :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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